재생에너지 잡생각

재생에너지 입찰(경매)제도 도입 초읽기

solar advisor 2023. 12. 2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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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ar's Pick : 높게 부르면 안 되는 재생에너지 '역'경매

전력거래소가 내년 2월부터 제주에서 1메가와트 이상의 재생에너지에 대해 입찰제도를 운용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3메가와트 초과 설비용량은 의무대상입니다. 이제 SMP와 REC 정산은 사라지는 걸까요? 한국식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의 미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Bing Image Creator로 그린 그림입니다.

 

에너지와 경매

흔히 경매라고 하면, 새벽 시장에서의 수산물 경매 같은 장면을 떠올립니다. 갓 잡은 싱싱한 오징어가 항구에 들어오면, 인근 상인들이 호가를 부르죠.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자가 오징어를 가져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에너지는 어떨까요? 사실 전력거래소가 제시한 제도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입니다. 구두로 즉 말로 호가를 제시하는 경매와는 달리, 입찰은 '서면'으로 진행하죠. 물론 온라인을 통한 전자서면이기는 합니다. 또 실시간으로 가격과 거래량을 결정한다고 하니 어찌 보면 '경매'의 특성도 조금 닮아 있기도 합니다.

여하튼 내 발전소를 가지고 있다면 내 전기를 국가 전력망에 팔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FIT니 RPS니 하는 제도에 의한 방식으로 전기를 판매했다면, 앞으로는 입찰 방식을 통한 전기 판매가 대세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판매자인 우리 입장과, 구매자인 발전사의 뒤에 숨어 있는 정부의 입장은 다릅니다. 우리야 좋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팔 수만 있다면 어떤 제도든 상관없지 않겠어요? 복잡하게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거의 에너지 섬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블랙아웃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고의 목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재생에너지를 배제할 수도 없는 만큼 보급도 늘리면서 안정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경매(입찰) 제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1메가와트 초과 태양광이면 거의 시공비용이 십몇 억대에 이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개인이 하기는 어려운 용량입니다. 소소한 연금 식으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할 분이라면 이런 입찰 제도와는 상관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그렇지만 그 이상 용량의 발전소를 가지고 정말 자본을 늘리기 위한 목적인 분이시라면 이제는 전기 판매 외에, 전력망(정부)이 요구하는 여러 조건을 맞추셔야 한다는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조금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입찰에 참가하여 킬로와트시당 200원의 가격으로 3년간 전력망에 4,000,000킬로와트시의 전력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전력 공급이 100,000킬로와트시가 부족하면 페널티가 부과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생산 예측성이 강화되어야 하죠. 모니터링이나 제품 유지보수 등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극단적인 상황일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전력망에 전력을 적시에 공급하지 못해서 정전이 발생한다면 재생에너지 사업 자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겠죠. 관련 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의 입찰 제도와의 차이점

현행 RPS 제도 하에서도 태양광과 풍력에 한해 '경쟁입찰' 제도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요즘과 같이 현물시장이 강세를 보이면 이 시장 자체 참여자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또한 가격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진정한 시장논리에 의해 가격과 참여자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일부 정부의 개입이 있는 셈이죠. 또한 RPS 제도 하의 세부 시장이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다른 시장의 상황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시장은 아닙니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의 효과

먼저 재생에너지 정산 방식의 불합리성이 사라집니다. 유가나 가스 가격에 좌우되는 SMP로 정산받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합니까?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0원인데 말이죠. 요즘은 유가가 높아서 SMP 정산가격이 높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원대 30원대 하던 때가 있었지 않습니까. 사실 재생에너지 사업자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런 마음가짐은 버려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자체가 자연자원을 에너지로 하는 방식인데 자연의 방식에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하튼 입찰제도가 확대되면 확실히 재생에너지 가격이 낮아져서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것입니다. 전기요금에 더해서 내는 RPS 이행비용도 줄어들어 서민의 경제적 부담도 줄겠지요.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의 전제는 사업의 속도감입니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주민수용성이나 계통 확보가 문제인데 그런 것들이 해결된 자원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물론 그때까지의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죠). 가격이 사전에 결정되면 전기를 매입하는 발전사 또는 전력거래소(정부)의 재무구조도 예측가능하겠죠. 

또 국내 제품 활용 배점, 입지에 따른 배점, 산업 활성화 배점, RE100 이행 배점 등등 다양한 옵션을 추가해서 단순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가격 하락이 아닌 많은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습니다.

 

향후 과제

앞서 얼버무린 대목이 있는데 바로 정부의 역할입니다. 과연 이 입찰제도를 누가 컨트롤해야 할까요? 현재 제주 지역 시범사업은 전력거래소가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중앙입찰을 잘 수행해 나가길 바라고, 만일 시범사업에서 그런 성과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별도의 독립된 전력망 관리 기구가 출범하여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수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RPS, FIT 참여자들과 예비 RPS 참여자들을 위한 유예기간이 필요합니다. 내년에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6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기간 및 용량에 대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100킬로와트 이하 FIT 도입, 1메가와트 이하 RPS, 1메가와트 초과 입찰제도 이런 식이죠.

마지막으로 정부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도입은 곧 대규모 부지에 대한 정부 주도 입지 개발과 같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입지 개발과 더불어 절차 간소화, 정부 주도 주민수용성 확보, 전력망 확보, 장기 계약 등도 필요하죠.

사실 이런 과제들은 정부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있으면 이미 나온 서비스도 있습니다. 풍력 자원 지도 같은 것들이 그것이죠. 시장이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조금만 다듬으면 재생에너지의 양적 질적 확산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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