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solar advisor 2024. 1. 2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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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츠타야서점을 운영하는 CCC(컬쳐 컨베니언스 클럽) 설립자인 마스타 무네아키가 쓴 책이다. 도서관에서 <프리워커즈>란 책을 읽다가 뒤편 저자가 추천하는 책 목록에 있길래 연달아 빌려보았다.

출처 : YES24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라는 부제처럼, 기획의 중요성에 관한 책이다. 부제에 쓰인 '디자이너'는 비단 그래픽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변화를 생각하는 '기획자'를 의미한다.

츠타야서점은 1983년 최초로 만들어져 2014년 당시 일본에 1,400곳 이상의 매장이 있다고 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보통 십진분류법에 따라 책을 서가에 진열하지 않고, 고객이 선호할만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예를 들면 여행 카테고리라고 하면 관련한 소설, 요리책, 만화, 수필 등을 한 곳에 진열해 놓아, 여행에 관심 있는 고객이 그 서가를 보면 관련된 책을 분류와 상관없이 모두 볼 수 있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서점 직원들도 사회 각 분야 지식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단순 직원이 아니라 '컨시어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밖에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음반, DVD 등도 함께 판매하거나 대여하고, 커피 등도 함께 판매한다고 하는데, 한국의 대형서점에서 비슷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한국 서점이 츠타야를 벤치마킹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여튼 설립자의 마인드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제안하고 츠타야 서점을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 사람들이 올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그런 영업적 기획력 및 작은 회사로 분사 시도 등 조직에 관한 기획도 꾸준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세계 최초가 아닌 고객 가치 최대화

지자체와 일하다 보면 세계 최초, 전국 최초 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 지자체장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그런 모습들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성과가 흐려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기준만 교묘히 비틀어 놓아 최초라고 부르기에는 멋쩍은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의미 없는 세계 최초가 아니라 고객 가치 최대화라는 미션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므로 누구나 따라하기 어렵다. 특정 제품이나 특정 지역의 맥락을 꾸준히 공부하고 고객과 소통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 고객 가치 최대화라는 가치다.

A/B 테스트나, 페르소나 같은 여러 그로쓰해킹적 기법들이 많이 있지만 실제로 고객이 되는 것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다른 것 같다. 많은 기법들을 적용하는 스타트업이 많지만 실제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것은 다르다.

보고-연락-상담

책에는 거의 모든 샐러리맨의 '보고-연락-상담' 업무체계를 지적하며 결코 혁신을 이룰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적시에 1페이지 보고서를 작성해서 빨리 보고하고, 실시간에 가까운 공유(연락) 체계와, 개별 또는 집단 회의(상담)를 잘하는 직원이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모든 가치 발견과 문제 해법의 실마리는 현장에 있다. 데스크에 있지 않고 현장에서 고객을 관찰하고 소통하고 즉각 문제 해결을 하는 업무체계야말로 혁신과 가까이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은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같은 것이 아니라, 고객과 접점에 있는 그 경계선에서만 가까스로 발견할 수 있는 한 줄기 빛과 같다. 빛의 속도와 같이 빨라서 놓치기 쉽지만 한 번 잡고 있으면 성장의 속도와 파급력은 어마무시하다.

현장과 유리된 기획력

책을 읽으며 내가 했던 기획안, 기획서, 제안서, 사업계획서 등을 떠올려보았다. 당시에는 대부분 내 제안이 필요하다고 받아들여져 사업 추진의 근거가 된 소중한 문서들이다. 아무도 쓰지 않으려고 하는 사업계획서를 쓸 때, 이럴 거면 그냥 내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가치를 각종 수치와 통계와 글쓰기를 활용하여 집어넣었고, 사업 진행하면서 수시로 들여다보면서 내 생각을 재확인하곤 했었다.

이 정도면 서류는 통과하겠지 생각하고 바로 발표심사를 준비하는 오만한 경우도 있었고, 대표가 듣는 프리젠테이션을 만들며 어떻게 해야 예산을 받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사회 디자인과 혁신과는 동떨어진 책상 속 기획력이었음을 깨닫는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 아니라, 어떤 문서에 적시된 현장의 목소리일 것 같은 수치를 바탕으로 기획을 했고, 고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현재 특정 상황에 필요한 것을 바탕으로 기획을 했다.

그런 점에서 <지적자본론>이라는 책은 현재 홀로서기를 준비 중인 나에게 현장과 밀착한 기획력, 아니 현장 그 자체가 기획임을 깨닫게 했다. n차산업혁명 시대에 이 책의 주제도 언젠가는 낡은 것이 될 수 있겠지만, 츠타야와 CCC의 변화 과정도 참고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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